소곤소곤이야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 작성자 이인성
  • 작성일 2016-02-01
  • 조회수 1160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산은 우우 소리를 질렀다.

가는 세월 앞에서는 맥을 출 장사가 없다더니

여름내 진한 녹색으로 넘치는 생명력을 자랑하던 풀과 나무가

누렇게 뜬 얼굴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내맡겼다.

나무는 땔감이 되어 밥을 지어먹거나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산은 온갖 산나물을 품에 숨겨 두었다가 반찬이 떨어지거나 밥맛을 잃었을 때 살며시 꺼내 주었다.

개울은 물을 마음껏 쓰도록 허락했으며

예쁜 목소리로 노래부르며 날아다니는 새들은 그에게 시간을 알려주거나 살아갈 힘을 북돋아 주었다.

이 세상의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에게 맡겨진 삶을 가장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죽으로 왔지 결코 살러온 게 아니다.


                                                                                                 - 홍기.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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