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과 바람 - 이솝우화 어느 날, 해님과 바람 사이에 큰 말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그 까닭은 누가 더 힘이 세고 재주가 뛰어난가 하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한 번 힘을 모아 입김을 불면 온 세상이 무서워서 벌벌 떨거든. 그러니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하고 바람은 사뭇 으스대면서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해님은 고운 얼굴에 방긋 웃음을 띠면서 바람에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지도 않을 거야. 이 세상에는 네 뜻대로 안 되는 것도 있거든. 이 세상에 밝은 빛과 따뜻한 열을 주는 것은 역시 나니까." 이렇게 서로 자기의 자랑을 늘어놓다 보니, 도무지 끝이 없는 말다툼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성급한 바람은 해님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 이렇게 말다툼만 할 게 아니라 내기를 해서 결정을 짓기로 하자. 만약 내기를 해서 내가 지면 너를 형님이라 부르겠다. 그러나 네가 지는 날이면 넌 내 아우가 되어야 한다." "그래 좋다."하고 해님도 기꺼이 찬성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엇으로 승부를 결정해야 할지를 몰라 그들은 잠시 망설이며 땅 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저쪽에 외투를 입고 길을 가고 있는 나그네 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좋은 수가 있다. 저기 길을 가는 나그네가 하나 있지? 우리 그 사람의 외투를 벗기기로 하자."하고 바람이 해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다." 해님은 금방 찬성을 하였습니다. 이윽고 내기는 바람부터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바람은 입김을 모아 있는 힘을 다해서 불어젖혔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날이 흐려지고 거센 태풍이 일어났습니다. "이거 무슨 날씨가 이렇담."하고 중얼거리면서 나그네는 외투자락을 단단히 붙잡고 걸었습니다. 벗기기는커녕 날씨만 사납게 만들어 나그네로 하여금 외투자락을 더욱 단단히 여미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지요. 이번에는 해님 차례가 되었습니다. 해님은 뜨거운 볕을 내리쬐어 차가운 바람을 물리쳤습니다. 그러자 나그네는 하늘을 둘러보며 "아, 이젠 날씨가 도로 좋아졌군."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해님은 신이 나서 더욱 세게 볕을 쬐었더니 아주 한여름같이 더운 날씨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나그네는 입었던 외투를 훨훨 벗어 들고 땀을 씻으면서 걸어갔습니다.